호텔은 빈방으로 두느니 싸게 팔면 될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호텔을 예약하다 보면 가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똑같은 호텔의 똑같은 객실인데 평일에는 10만 원대였던 방이 주말에는 2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여행 성수기나 연휴가 되면 가격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약 사이트를 살펴보면 당장 오늘 묵을 수 있는 객실이 남아 있는데도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차피 오늘 판매하지 못한 호텔 객실은 내일 다시 팔 수도 없는데, 빈방으로 두느니 5만 원이라도 받고 판매하는 것이 호텔 입장에서 더 이익 아닐까요?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호텔은 단순히 빈 객실을 모두 채우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호텔 객실 가격에는 수요와 공급, 예약 시점, 고객의 지불의사, 객실 운영비, 가격차별, 브랜드 가치, 수익관리 등 다양한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호텔 객실은 오늘이 지나면 가치가 사라진다

호텔 객실은 일반적인 상품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마트에서 오늘 팔지 못한 생필품은 내일 다시 판매할 수 있고, 의류매장에서 오늘 팔리지 않은 옷도 다음 날 다시 진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텔 객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9월 10일에 판매하지 못한 305호 객실을 9월 11일에 두 번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빈 객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매출은 자정이 지나면 사실상 사라집니다.

이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판매 기회를 잃어버리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멸성 재고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의 좌석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래서 호텔 입장에서는 객실을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은 객실을 무조건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호텔 객실 가격은 왜 매일 달라질까?

호텔에는 객실별로 하나의 고정된 가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객실이라도 예약하는 날짜와 실제 숙박일, 요일, 계절, 주변 행사, 예약 취소 조건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화요일 밤에는 객실 수요가 적을 수 있지만 토요일 밤에는 여행객이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형 콘서트나 국제행사, 축제 등이 주변에서 열리는 날에도 호텔을 찾는 사람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호텔의 객실 수는 갑자기 두 배로 늘릴 수 없는데 숙박하려는 사람이 증가한다면 객실의 희소성은 커집니다.

결국 호텔 객실 가격은 방의 크기나 침대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 해당 객실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빈방을 무조건 싸게 팔면 어떤 일이 생길까?

100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오늘 밤까지 객실 10개가 남았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10개 객실을 빈방으로 두느니 아주 싼 가격에라도 판매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호텔이 매일 밤 10시가 되면 남은 객실을 반값으로 판매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정에 여유가 있는 일부 고객은 미리 예약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늦게 예약하면 반값이 되는데 지금 예약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정상적인 가격으로 예약할 고객까지 구매를 미룰 수 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빈방 몇 개를 추가로 판매하면서 얻는 매출보다 기존 고객이 더 저렴한 가격대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호텔은 단순히 오늘 남은 객실 수만 보고 가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호텔이 보는 것은 객실 하나가 아니라 전체 매출이다

호텔이 객실을 판매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객실 점유율만이 아닙니다.

100개의 객실이 모두 판매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호텔은 100개 객실을 모두 평균 7만 원에 판매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객실 매출은 700만 원입니다.

두 번째 호텔은 100개 가운데 80개만 판매했지만 평균 객실가격이 12만 원이었다고 가정하면 객실 매출은 960만 원입니다.

첫 번째 호텔은 만실이지만 두 번째 호텔의 객실 매출이 더 높습니다.

따라서 호텔에서는 얼마나 많은 객실을 판매했는가와 얼마에 판매했는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텔의 수익관리 전략이 중요해집니다.

호텔의 핵심 전략, 수익관리란?

호텔업에서는 Revenue Management, 즉 수익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제한된 객실을 언제, 누구에게, 얼마에 판매해야 전체 수익을 높일 수 있는지 계산하는 것입니다.

호텔은 과거 예약 데이터를 비롯해 요일과 계절, 현재 예약 상황, 주변 이벤트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미래 수요를 예상합니다.

예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앞으로 객실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예약률이 낮다면 가격이나 프로모션 등을 조정해 추가 수요를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확인했던 호텔 가격이 며칠 후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방인데 예약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이유

호텔을 예약하다 보면 같은 객실인데도 여러 가격이 표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소가 가능한 상품은 15만 원인데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은 13만 원일 수 있습니다.

왜 같은 방인데 가격이 다를까요?

호텔 입장에서는 예약 취소 역시 하나의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취소가 가능한 고객은 숙박 직전에 예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호텔은 취소된 객실을 다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반면 환불 불가 상품은 고객이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계약 조건에 따른 매출의 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텔은 고객이 부담하는 조건과 호텔이 부담하는 위험의 차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유연한 취소 권리를 얻는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성수기에는 왜 호텔 가격이 몇 배씩 오를까?

휴가철이나 연휴에 호텔 가격을 검색하면 평소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역시 수요와 공급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호텔이 가진 객실 수는 단기간에 크게 늘릴 수 없습니다.

100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이 휴가철이라고 갑자기 300개의 객실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반면 해당 지역을 방문하려는 여행객은 특정 날짜에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객실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부터 객실을 선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성수기의 높은 객실 가격은 단순히 호텔이 갑자기 욕심을 부리는 현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정된 공급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달라지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객실을 싸게 팔아도 비용은 발생한다

빈 객실을 3만 원이라도 받고 판매하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생각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손님 한 명이 객실을 이용하면 추가적인 운영비가 발생합니다.

객실 청소가 필요하고 침구와 수건 등을 세탁해야 합니다. 어메니티와 물 같은 소모품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전기와 냉난방, 수도 사용량도 증가합니다.

즉, 이미 호텔 건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고정비 외에도 객실이 실제로 사용될 때 추가되는 변동비가 있습니다.

따라서 객실 가격을 무한정 낮추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반드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너무 싼 가격은 호텔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호텔 가격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포지셔닝입니다.

특히 고급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만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비스, 시설, 위치, 브랜드, 분위기 등 전체적인 경험을 상품으로 판매합니다.

평소 40만 원에 판매하는 객실을 매일 밤 남는다는 이유로 5만 원에 판매한다면 기존 고객이 느끼는 브랜드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상가격으로 예약하기보다 할인 시점만 기다리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텔은 단기적으로 객실 하나를 더 판매하는 이익뿐 아니라 장기적인 가격 신뢰와 브랜드 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호텔은 객실만 팔아서 돈을 벌까?

대형 호텔의 수익구조를 보면 객실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존재합니다.

레스토랑과 조식, 바, 연회장, 웨딩, 회의실 등 호텔에 따라 여러 부가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따라서 숙박객 한 명의 가치는 객실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객실을 예약한 고객이 조식을 이용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거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추가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영화관에서 살펴본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관이 영화표뿐 아니라 팝콘과 음료 등을 함께 판매하듯 호텔 역시 숙박이라는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여러 부가적인 소비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호텔 예약 사이트는 왜 가격이 서로 다를까?

같은 호텔을 검색했는데 호텔 공식 홈페이지와 여러 예약 플랫폼에서 가격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매 채널마다 프로모션이나 회원 혜택, 예약 조건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활용해 더 많은 고객에게 객실을 노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예약 플랫폼을 이용하면 계약에 따른 비용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호텔 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예약을 받으면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호텔이 공식 홈페이지 예약 고객에게 별도의 혜택이나 멤버십 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호텔은 왜 빈방을 싸게라도 팔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호텔도 빈 객실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늘 판매하지 못한 객실은 내일 다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실을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객실을 모두 채우는 것과 호텔이 가장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남은 객실을 항상 파격적으로 할인하면 고객이 정상가격으로 예약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또 실제 투숙객을 받으면 청소와 세탁, 소모품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호텔의 브랜드와 가격 전략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호텔은 단순히 빈방 숫자만 보고 가격을 정하지 않습니다.

예상 수요, 남은 객실, 예약 속도, 요일, 계절, 취소 가능성, 고객의 지불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하면서 객실 가격을 관리합니다.

우리가 여행 예약 사이트에서 보는 호텔 가격은 방 하나의 ‘정가’가 아니라 그 순간의 수요와 예약 상황을 반영한 하나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호텔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침대 하나가 아닙니다.

특정 날짜에 특정 장소에서 머물 수 있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그리고 그 상품은 오늘 밤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집니다.

다음에 호텔을 검색하다가 어제보다 객실가격이 크게 달라진 것을 발견한다면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호텔은 지금 남은 객실과 앞으로 들어올 손님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그 질문 속에 바로 호텔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 가격차별, 소멸성 재고 그리고 수익관리라는 흥미로운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